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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흥행의 보증 수표 ‘서포터즈’
축구 야구 열혈팬이 만드는 응원 문화의 세계
박나래 뉴미디어팀 대리 nrpark@medicompr.co.kr | 제50호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의 준말 ‘프로’가 붙으면 그 일로 밥 벌어 먹고 산다는 뜻이 된다. 프로 운동 종목은 수익이 있어야 유지되고 발전하는 하나의 산업이다. 이 사업의 가장 기본적인 수익원이 바로 해당 프로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경기 입장권을 구입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고, 인기 선수나 팀 관련 상품을 모으는 데 열성적이며 단순히 관람하기보다 목청껏 응원가를 부르기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을수록 그 프로 운동은 번창하기 마련이다.
 
열혈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거나 각 구단이 전략적으로 형성하는 응원 문화는 이러한 서포터를 결집시키는 중요 수단이다. 응원 문화가 얼마나 융성한가가 프로 스포츠 흥행을 판가름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각각 막강한 팬 문화를 확보하고 있는 유럽의 축구와 한국의 야구를 통해 응원 문화의 요소와 특성을 살펴본다.
 
유럽을 하나로 묶는 축구의 서포터즈
한국 양궁의 국가 대표 선발전은 전 세계 선수가 참가하는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경기보다 더 치열하다고 악명이 높다. 축구에서는 유럽이 그렇다.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Premier League), 스페인의 프리메라 리가(Primera Liga), 독일의 분데스리가(Bundesliga), 이탈리아의 세리에 A(Serie A)와 같은 유럽의 4대 리그는 세계 축구의 4대 리그로 평가 받는다. 유럽의 최고 팀을 가르는 챔피언스 리그는 종종 월드컵보다 더 수준 높은 경기로 통한다.
 
유럽의 축구 리그가 이토록 영향력 있는 리그로 성장한 데에는 선수와 지도자들의 힘도 있겠지만 이들을 열광적으로 성원하는 4700만 명에 달하는 팬들의 기여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4월 28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 리그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4강 1차전 입장권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장당 1652유로(260만 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티켓 4000장도 매진됐다. 레알 마드리드는 얼마든지 지갑을 열 준비가 돼있는 ‘브이아이피(VIP)’를 확보하기 위해 귀빈 전용석과 같은 시설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고 그 투자는 주효했다.
 
이러한 유럽의 축구 팬들은 응원가와 구호를 아우르는 ‘풋볼 찬트(Football chant)’를 발전시켰고 유럽의 축구 산업과 문화는 풋볼 찬트와 함께 규모를 키워왔다. 특히 축구를 현재와 같은 형태로 체계화해 축구 종가로 불리는 영국은 응원 문화도 빨리 자리잡은 곳으로 꼽힌다. 1889년 세계 최초로 프로 축구 리그가 설립되고 1992년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가 출범하며 현재까지 축구 역사를 지속해 오는 동안 영국에는 팬들에 의한 다양한 축구 응원가와 구호가 만들어졌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찬트는 ‘시편의 낭송 따위의 전례 음악을 이르는 말’, ‘그레고리안 성가 따위의 교회 성가’를 뜻한다. 정의 대로 풋볼 찬트 또한 찬송가를 따다 쓰는 데서 시작했다. 기독교라는 종교가 삶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유럽인들에게 찬송가는 가장 익숙한 노래 중 하나다. 좋아하는 팀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응원하고 싶은 축구 관객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쉽게 부를 수 있는 찬송가에 자연스럽게 눈을 돌리게 됐다. 동명의 뮤지컬로도 만들어진 대중적인 찬송가 ‘로드오브댄스(Lord of dance)’는 잉글랜드의 첼시와 스코틀랜드의 에버딘를 비롯한 여러 팀의 응원가로 사용돼 오고 있다.
 
명문 구단이자 박지성 선수의 소속 구단으로 한국 축구 팬들에게 한층 더 인기를 끌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팀 명성처럼 유명하고 친숙한 곡을 팀의 공식 응원가로 삼고 있다. 찬송가이자 미국의 남북 전쟁 당시 군가로 사용되기도 한 ‘배틀힘오브리퍼블릭(The Battle Hymn of the Republic)’은 1980년대 초반부터 ‘글로리글로리맨유나이티드(Glory glory Man United)’로 불려졌다.
 

찬송가만큼 대중성과 보편성을 갖춘 대중 음악 또한 축구 응원가로 활용되는 단골 메뉴다. 리버풀의 공식 응원가 ‘유윌네버워크얼론(You‘ll never walk alone)’은 1940년대 뮤지컬 ‘회전목마’의 삽입곡이다. 1960년대부터 리버풀 서포터즈 ‘더 콥(The Kop)’에 의해 응원가로 차용되며 새 생명을 얻었다. 쉽게 가사를 바꿔 부를 수 있는 찬송가와 대중 음악과 같은 응원가뿐만 아니라 팬들이 스스로 작곡한 응원가도 있다. 이탈리아 인터 밀란의 ‘피자인터(Pazza Inter)’는 인터 밀란의 팬들이 팀을 위해 직접 만든 응원가다.
 
결국 응원하는 팀의 승전을 위해 혹은 상대 팀 선수의 기를 꺾기 위해 팬들이 자발적으로 응원가를 만들고 개사한다는 점이 유럽 축구 응원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박지성 선수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 입단 초기에 종종 불려진 일명 ‘개고기송’ 또한 피트 보일이라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오랜 팬에 의해 개사되고 널리 퍼지게 된 응원가다.
 
또한 팬들이 직접 응원 문화를 구축하기 때문에 그 내용이 직설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면이 있는 것도 그 특징이다. 종종 응원가나 구호에 선수의 인종적 특성, 팀의 지역적 특성을 비하하는 내용이 들어가는 이유다. 잉글랜드의 축구가 프리미어 리그로 쇄신되기 전 큰 문제 거리였던 ‘훌리건’이라는 폭력적이고 극성맞은 팬의 존재도 자생적인 팬 문화와 일면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축구 응원 문화를 키워온 온 유럽의 축구 팬들은 2008년부터 ‘풋볼서포터즈유럽(Football Supporters Europe FSE)’라는 민간 단체를 구축해 서포터 문화와 팬 권리 향상에 힘 쓰고 있기도 하다.
 
한국 프로 야구의 응원 문화
올해로 출범 30주년을 맞는 한국 프로 야구는 국내 프로 운동 중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종목이다. 한국 프로 야구는 각 구단마다 특색 있는 응원 문화를 발달시켜 왔지만 큰 공통점이 있다. 유럽의 축구 응원가가 팬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인 반면, 한국 프로 야구 응원가의 창작과 확산에는 각 구단의 응원단의 공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 프로 야구는 구단명만 보아도 해당 구단을 만들고 후원하는 기업의 존재를 알 수 있다. 그만큼 기업이 프로 야구 무대의 전면에 나서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프로 야구나 유럽의 축구에서는 지역이 먼저다. 기업과 같은 단체의 경제적 지원에 의해 유지되는 사업이라는 점은 국내 프로 야구나 해외 프로 운동 모두 같지만 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주체는 다르다.
 
기업이 기업의 이름을 걸고 야구단 운영의 전면에 나서기 때문에 팬들을 모으기 위한 응원단도 구단이 직접 운영하고는 한다. 각 야구 구단의 공식 응원단은 팬들이 따라 부르기 쉬운 민요, 대중 가요에 맞춰 새로운 응원가를 만들고 확산시킨다. 롯데 자이언츠가 2007년 선수 응원곡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국내 프로 야구에도 선수별 응원가가 퍼졌다. 보니엠의 ‘리버스오브바빌론(Rivers of Babylon)’에서 멜로디를 따온 롯데 강민호 선수의 응원가가 대표적이다. 응원가뿐만 아니라 응원 도구를 제공하기도 한다.
 
롯데의 대표 응원이자 해당 구단만의 독특한 응원 문화로 꼽히는 ‘봉다리 응원’도 2007년 무렵 롯데 구단이 경기장 청소를 위해 관람객들에게 나눠준 비닐봉지에서 시작됐다. 구단이 배포한 비닐봉지를 팬들이 머리에 쓰고 응원하면서 지금과 같은 봉다리 응원이 나온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특징은 지역보다 기업의 존재가 두드러짐에도 지역색이 각 구단의 응원 문화에 강하게 반영된다는 점이다. 광주를 연고지로 삼는 기아 타이거즈의 응원에는 ‘남행열차’가 쓰이고, 부산이 연고지인 롯데는 ‘부산 갈매기’와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인천이 연고지인 SK 와이번스의 응원가로는 ‘연안부두’가 사용된다. 각 지역별 특성이 강한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가 야구 팬을 지역을 중심으로 결집시키면서 응원 문화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프로 야구와 유럽의 축구는 각각 처해 있는 환경과 상황에 맞는 고유의 팬 문화와 응원 문화를 발달시켜 왔다. 팬층이 두터워지고 그들이 만드는 응원 문화가 확대될수록 프로 운동도 성장한다. 유럽의 축구의 발전이 자발적인 팬들의 활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시사점이다. 30주년을 맞은 프로 야구를 비롯한 한국의 프로 스포츠가 지금보다 더 성장하기 위해선 기업의 응원단이 주도하는 것 외에도 자생적인 팬 응원 문화가 싹틀 수 있는 전략적 지원과 팬들과의 상생이 필요하다.
 
유럽의 축구는 팬들의 자발성 위에 각 구단의 투자가 쌓여 다시 팬들이 유입되는 선순환을 이뤘다. 한국의 야구도 그 특성을 살려 구단에서 시작돼 팬을 거쳐 구단으로 흐르는 선순환의 응원 문화로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PRend 2011년 5월 6일자, 제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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