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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마시고, 명차타고, 게임하는 이색 홍보맨

윤미로 뉴미디어팀 사원 miro@medicompr.co.kr | 53 

 

홍보맨하면 흔히 떠올리듯 보도자료를 쓰고 기자를 만나고 밤을 꼬박 새며 제안서를 쓰는 것이 일의 전부는 아니다. 또 머리를 싸매가며 세상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협상가에 가까운 말솜씨로 고객사를 설득하는 것만이 홍보라고 볼 수 없다. 머리를 굴리고 발로 뛰기 전에, 제품과 서비스를 완전히 이해해야 진정한 홍보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 직접 몸으로 느끼고 부딪히며 홍보하는 고객사 제품의 참묘미를 알아가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린 AE들을 소개한다.

 

와인의 향기에 빠져 사는 여자, 백지혜 대리

미디컴의 대표적인 주호(酒豪)로 잘 알려진 백지혜 PR3본부 대리는 최근 즐기는 술을 소주와 맥주에서 와인으로 바꿨다. 올해 4월 프랑스 농식품 진흥공사인 소펙사의 홍보를 맡으면서부터다.

 

원래 와인에 대해 잘 몰랐어요. 와인이라는 것이 깊게 파고들면 들수록 많은 지식을 요구하더라구요. 와인을 다룬 책이나 잡지도 잔뜩 사고, 와인과 관련한 블로그나 사이트를 즐겨찾기를 하면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주말이면 한나절 내내 종로에 나가 교보문고며,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까지 대형서점은 있는대로 다 돌아다니며 와인책을 사 모았다.  

 

보도자료나 기획기사를 쓸 때, 짙은 오크향이 난다거나 산미가 강하다는 둥 마셔보지 않고는 도저히 알 수 없는 표현들이 많다보니 일단 무조건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2차에는 와인바로 직행하고, 레스토랑에 가면 꼭 하우스와인이라도 한 잔 시키게 된다. 가끔 회사에서 벗어나 커피숍에서 일을 할 때가 있는데, 일부러 와인을 함께 파는 까페를 찾아가게 된다고.

 

마트나 백화점을 갈 때도 마찬가지다. 평소엔 지나쳤던 지하 식품매장에 들러 프랑스 와인이 다른나라 와인이랑 어떻게 다른지 물어보고, 마트에 와인샵이 있으면 괜히 기웃기웃하게 된다. “프랑스 와인을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데 언어적 한계가 있다 보니 너무 답답한 거에요. 보고서나 자료를 읽을 때 불어식 표현도 많이 나오고요. 답답한 마음에 프랑스어학원까지 등록하려고 했어요.”

 

사비를 들여 학원을 등록하거나, 주말을 할애해 관련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는 일이 어쩌면 과도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백지혜 대리의 생각은 다르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몸으로 체화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지금 쏟고 있는 노력은 홍보 AE로서 아주 당연한 일상이에요. 제품에 대한 준 전문가가 되지 못한다면 기자든 소비자든 아무도 설득할 수 없을테니까요.” 
 

백지혜 대리는 "가끔 사무실에서도 동료들과 함께 와인을 마실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하루종일 게임기를 놓지 못하는 김영롱 사원

회의실을 지나치다가 알 수 없는 전자음 소리가 들리거나, 누군가 팔다리를 휘젓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면 십중팔구 김영롱 PR1 본부 사원일 것이다. 근무시간에 사무실에서 웬 게임이냐며 버럭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김영롱 사원에겐 게임기를 갖고 노는 것이 곧 일이나 다름없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공식 블로그 플레이 그라운드의 운영을 맡기 시작한 후, 김영롱 사원은 매일 손에서 게임기를 놓지 못하고 있다. 그의 사무실 자리에는 스무 종류가 넘는 게임팩이 책상 한 켠에는 늘어져 있고, 게임기 컨트롤러와 플레이스테이션 본체까지 떡 하니 한 자리를 잡고 있다. 예사 직장인의 자리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손에서 놓은 지 10년만에 이렇게 매일 다시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것도 회사에서요.” 회사에서의 하루 일과 중 적어도 매일 1시간 이상은 게임을 해야 한다. 새로 출시된 게임이나,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게임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어야 내용이 풍부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하면서 일한다고 친구들은 부러워하지만, 취향에 맞지 않는 게임을 매일 하는 건 고역이에요. 또 슛을 넣는 순간이라던가, 상대방에게 지고 있는 순간과 같이 게임 속의 특정한 상황을 일부러 만들어내야 할 때도 쉽지 않죠. 사실 그 때문에 게임 실력은 많이 늘었지만요.”

 

아무리 게임하는 것이 업무의 일환이라지만,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사원이 근무 시간에 신나게 게임기를 두드리는 상황이 눈치보일 법도 한데 김영롱 사원은 당당하다. “제가 맡고 있는 제품에 대해 애정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주말이면 용산에 나가 어떤 게임이 잘 나가고 얼마나 반응이 좋은지 물어볼 정도가 됐어요. 마스터하는 게임이 늘어날수록 제가 더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로 삼을 거에요.”
 

  

김영롱 사원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인  버추어 테니스4‘를 하며.
 

이건희가 부럽지 않다, 매일 BMW 모는 표성현 대리

1년 전만해도 꿈 속의 드림카로만 선망해왔던 BMW를 매일 운전하는 직원이 있다. 그것도 1시리즈에서 그란투리스모까지 모델별로 다 타봤다. 지난해부터 BMW의 홍보를 담당하게 된 표성현 대리의 이야기다.

 

기자들에게 차를 직접 보여주고 태워주면서, 차에 대한 특장점과 시승감을 설명해주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어요. 홍보 AE겸 딜러인 셈이죠. 일주일에 적으면 두 번 많으면 4번까지 차를 몰고 나가요. 보통 신차가 발표되는 시점엔 밖에 나갈 일이 더 많아지고요.”

 

4300만 원 대의 비교적 저렴한 차량에서 2억 원에 이르는 고급차까지 다 몰아봤다. “특히 액티브하이브리드7을 운전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 차는 BMW코리아의 김효준 CEO가 모는 대표적인 명차인데, 이 정도로 고급차를 운전한 적이 없었거든요. 운전할 때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내리고 나서 목이며 등이며 온몸이 굳어서 엄청 고생했어요. 지나가는 개미라도 칠까봐 조심했을 정도니까요.”

 

BMW는 시동켜는 법부터 이런 저런 조작법까지 일반 국산차와 달라서, 처음 시승을 맡았을 때는 몇 분 간 출발을 하지 못했다. “면허를 처음 땄을 때랑 기분이 비슷했어요. 시속 40~50km로 거북이 걸음을 하다보니 옆에서 뒤에서 빵빵거리고 난리도 아니었죠.”

 

처음에야 긴장했지만 익숙해지다보니 즐기게 되었다. “세계적인 명차를 매주 모델별로 바꿔가면서 탈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죠. BMW를 이렇게 많이 또 자주 타는 사람이 또 어딨겠어요.”

 

어린 마음에 BMW를 몰고 거리를 나가는 것이 으쓱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표성현 대리의 마음은 달라졌다. “BMW를 운전할 때는 사람이든 자동차든 먼저 가게 양보하고, 아주 사소한 교통법규라도 다 지키려고 노력해요. BMW를 운전하는 사람의 인격을 보여주는 것이 곧 BMW라는 브랜드를 홍보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SBS 드라마시크릿가든에서 주인공 현빈의 차로 등장했던 뉴 Z4 35is와 함께.
 



PRend 2011년 6월 29일자, 제53호
1 트렌드시크를 통해 본 연령별 관심사
2 술마시고, 명차타고, 게임하는 이색 홍보맨
3 여행객 발길을 잡는 유혹의 기술
4 7가지 키워드 중심으로 본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5 아이패드 마케팅이 뜬다
6 도심속 고궁에서 즐기는 한낮의 망중한
7 “섞어야 맛이제” 소맥 황금 비율을 찾아
8 미디컴을 추억하며 전하는 편지
9 ‘‘나가수‘‘가 우리에게 들려 주는 얘기
10 스토리 텔링, 동화모델을 적용하라
11 제인 ‘캠핑보이‘
12 트렌드시크 biz의 모든 것